
솔직히 저는 나이 든 직원을 채용하는 게 꺼려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교육회사에서 영업 부장으로 일할 때, 저보다 8살 많은 40대 초반 직원을 고용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제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는데, 나이 많은 직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괜히 더 엄하게 굴고 자존심을 세우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영화 '인턴'을 보고 나서, 그때 제가 얼마나 편협한 시각을 가졌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70대 인턴 벤과 30대 CEO 줄스의 이야기는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 우리가 직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관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 경험의 자산적 가치
영화 속 벤 휘태커는 40년간 일했던 직장을 은퇴한 70대 남성입니다. 아내를 잃고 홀로 지내던 그는 요가, 명상, 중국어 등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여전히 활기찬 삶을 살아가고 있죠. 그러다 온라인 쇼핑몰 '어바웃 어 핏'의 고령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됩니다. 여기서 '고령 인턴 제도(Senior Intern Program)'란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최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실제 기업들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
벤이 배치받은 곳은 CEO 줄스 오스틴의 비서직이었습니다. 줄스는 전업 주부였던 남편과 어린 딸을 둔 30대 여성으로, 단기간에 회사를 성장시킨 열정적인 리더였죠. 처음에는 70대 인턴을 거부감 있게 받아들였지만, 회사의 모범이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입니다. 저도 그때 그랬거든요. 제가 고용했던 40대 직원에게 처음엔 간단한 업무만 맡겼습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게 불편하겠지'라는 편견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벤은 달랐습니다. 며칠간 아무 업무도 받지 못했지만, 40년간 쌓아온 직장 생활의 노하우로 스스로 할 일을 찾아냈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마사지사 피오나와 데이트까지 약속하며 새로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했죠. 여기서 '소프트 스킬(Soft Skills)'이 빛을 발합니다. 소프트 스킬이란 대인관계 능력, 의사소통, 문제해결력 같은 비기술적 역량을 말하는데요,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이런 능력은 젊은 세대가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제가 고용했던 그 직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업무 지식은 제가 훨씬 많았지만, 직원 간 갈등 조율이나 고민 상담에서는 그분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나이 든 직원은 팀원들의 고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인생 선배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더군요. 제가 젊은 상사로서 놓쳤던 부분들을 채워주는 보완재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겁니다.
세대 차이가 아니라 역할 차이였다
영화의 핵심은 줄스와 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과정입니다. 줄스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이끌며 '번아웃(Burnout)' 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번아웃이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극도로 지친 상태를 말하는데요, 현대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증후군입니다(출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게다가 투자자들은 경험 많은 새 CEO를 영입하자고 압박했고, 남편의 외도 문제까지 겹치면서 그녀는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때 벤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줄스의 운전기사가 아플 때 직접 운전을 하며, 치킨 수프와 따뜻한 말 한마디로 그녀를 위로했죠. 벤은 줄스에게 업무 조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인생 선배로서, 한 사람의 친구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줬습니다. 저도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가 그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가르치는 것만큼, 그분이 저에게 사람 관리의 지혜를 전해주는 것도 똑같이 가치 있다는 걸 말이죠.
어느 날 밤, 줄스는 벤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회사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했고, 그래서 남편이 외도를 한 것 같다며 자책했죠. 그래서 CEO 자리에서 물러나려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줄스에게 "당신의 열정과 성공이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남편의 선택은 남편의 책임이지, 줄스가 일을 열심히 한 것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이 장면에서 저는 제 과거를 돌아봤습니다. 젊은 상사로서 나이 든 직원에게 어려 보이려고, 권위를 세우려고 애썼던 제 모습이요. 하지만 그건 필요 없는 자존심이었습니다. 벤과 줄스의 관계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아래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보완하는 수평적 파트너십이었던 겁니다.
다음 날, 줄스는 벤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습니다. 벤 또한 줄스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그녀가 단기간에 회사를 키워낸 건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성취라고요. 영화는 결국 줄스가 CEO 자리를 유지하고, 남편과도 화해하며 행복한 결말로 끝납니다.
직장에서 진짜 필요한 건 '상호보완'이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부족한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채워주는 건 내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입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죠.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꼰대인 건 아니고, 젊다고 무조건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각자의 강점을 인정하고, 약점을 보완해주는 관계가 진짜 '내 사람'입니다.
제가 고용했던 그 40대 직원은 결국 제 가장 큰 조력자가 되었습니다. 업무적으로는 제가 그분을 가르쳤지만, 팀 관리와 인간관계에서는 그분이 저를 가르쳤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우리 팀은 더 강해졌고 저도 한층 성장할 수 있었죠. 영화 '인턴'에서 벤이 "경험이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 대사가 떠오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나이와 경험은 숫자가 아니라, 삶이 주는 선물입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 시니어 인력의 재고용과 활용은 단순히 복지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됩니다.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 위기 대응 능력, 감정 조절 능력은 젊은 세대가 배워야 할 자산이거든요. 반대로 젊은 세대의 디지털 역량, 창의성, 빠른 실행력 또한 시니어 세대에게 필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세대 간 협업이 답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나이에 대한 편견을 많이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 진짜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죠. 여러분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나요?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내가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 말입니다. 만약 아직 찾지 못했다면, 편견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나이, 직급, 경력을 떠나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직장 생활의 가장 큰 자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