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박훈정 감독의 마녀 시리즈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신세계로 한국 누아르의 새 지평을 연 감독이었기에, 마녀1을 보고 나서는 '드디어 한국형 마블 유니버스가 시작되는구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마녀2를 기다리는 내내 설렜는데, 막상 극장을 나서면서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재미는 있었지만, 뭔가 아쉬운 부분들이 계속 눈에 밟혔거든요.
소녀와 자윤, 두 마녀가 만나다
마녀2의 핵심 플롯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아크 연구소(Arc Institute)에서 탈출한 소녀가 경희네 농장에서 일상을 겪다가, 결국 언니 구자윤을 만나 함께 떠난다는 내용이죠. 여기서 아크 연구소란 정부 산하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시설로, 인간 복제와 유전자 조작 실험을 진행하던 곳입니다.
영화는 소녀가 연구소에서 빠져나오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토우(Tau)라고 불리는 변이 인간들이 연구소를 습격하고, 그 와중에 완전체 모델로 복제된 소녀만 유유히 탈출하죠. 백종관 박사는 이 소녀를 "본체 몸의 수정체를 분리해 복제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하는데, 쉽게 말해 원래 마녀(자윤)의 유전자를 추출해서 만든 클론이라는 겁니다.
소녀는 납치범들에게 잡혀가다가 먼저 잡혀있던 경희를 만나고, 본인의 능력으로 경희를 구출합니다. 이후 경희네 농장에서 지내면서 처음으로 '일상'이라는 걸 경험하죠. 저는 이 부분에서 좀 당황했습니다. 소녀가 바깥 세상을 전혀 모른다는 설정인데, 그걸 보여주는 장면이 너무 짧더라고요.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로 끝나버리니 개연성이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토우 일당이 소녀를 찾아 경희네 농장을 습격하면서 시작됩니다. 총격전과 초능력 대결이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확실히 볼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도 계속 '왜?'라는 질문이 떠올랐어요. 토우들은 왜 소녀를 찾는 건지, 백종관은 왜 소녀를 제거하려는 건지, 명확한 동기 설명이 부족했거든요.
결국 구자윤이 등장하면서 모든 상황이 정리됩니다. "내 동생 꺼내놓으랬지 언제 죽이라 그랬어"라는 대사와 함께 자윤은 소녀를 데리고 떠나죠. 마지막 장면에서 백종관은 "그 아이들이 만났으니 곧 지들 엄마를 찾으러 올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시리즈물의 함정, 세계관 확장의 아쉬움
제가 마녀2를 보면서 가장 실망했던 부분은 스토리텔링의 불완전함이었습니다. 마녀1에서 뿌린 떡밥들을 회수하기는커녕, 새로운 떡밥만 계속 추가하더라고요. 시네마틱 유니버스(Cinematic Universe)를 염두에 둔 건 알겠는데, 각 편이 독립적으로도 완결성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특히 폭군이라는 영화가 같은 세계관이라고 선언한 것도 의아했습니다. 마녀에서 나왔던 배우가 폭군에서는 전혀 다른 역할로 등장하는데, 이게 같은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니 몰입이 깨지더라고요. 마녀의 '마녀 프로젝트'와 폭군의 '폭군 프로젝트'도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설명이 없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영화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세계관 피로도'라고 부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관객들이 복잡한 세계관을 이해하느라 정작 눈앞의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거죠. 마녀2가 딱 그 케이스였습니다.
불필요한 인물들도 문제였어요. 용두, 백일도 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왜 소녀를 쫓는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악당이니까 악당 짓을 한다' 정도로만 느껴졌거든요. 캐릭터의 동기(motivation)가 약하면 아무리 화려한 액션을 보여줘도 감정이입이 안 됩니다.
그래도 인정할 부분은 있습니다. 액션 연출만큼은 여전히 수준급이었어요. 특히 소녀가 초능력으로 토우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시원시원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히 즐길 만하다고 봅니다. 다만 박훈정 감독을 좋아하는 팬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죠.
마녀 시리즈가 보여준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회수되지 않은 떡밥의 과다 생산
- 세계관 연결성 부족 (마녀-폭군 간 불명확한 관계)
- 캐릭터 동기 부여의 약화
- 독립된 완결성 결여
마녀3가 나온다면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길 바랍니다. 시리즈물이라고 해서 매 편이 다음 편의 예고편이 되어서는 곤란하니까요.
정리하자면, 마녀2는 액션 영화로서는 합격점이지만 시리즈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제가 신세계를 보고 박훈정 감독에게 기대했던 건 단순히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탄탄한 서사와 인물 묘사였거든요. 다음 작품에서는 세계관 확장보다 한 편 한 편의 완성도에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한국 액션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킬링타임이 필요하거나 시원한 액션을 원하신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