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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 리뷰 (료타 인물 분석, 피와 정, 진짜 가)

by smartkingkong 2026. 4. 7.

퇴근 후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끝나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부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당신의 가슴 한가운데 조용히 꽂아두는 영화입니다. 잔잔한데 오래 남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료타라 인물 분석, 당신은 그를 나쁜 아버지라고 단정할 수 있습니까

영화는 한 가족의 면접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아버지 료타는 일류 기업의 엘리트 직원이고, 아내는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아들 케이타는 조용하지만 또렷합니다. 얼핏 보면 완벽한 가족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장면에서 이미 뭔가 불편했습니다. 아들이 면접관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데, 료타가 그걸 대견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있었거든요.

이 장면은 료타의 성격을 단번에 압축합니다. 그는 나르시시즘(narcissism), 즉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이상화하고 타인을 자신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심리적 성향을 지닌 인물입니다. 여기서 나르시시즘이란 단순히 잘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나 주변인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패턴을 의미합니다. 료타가 아들에게 칭찬 대신 지적을 반복하고, 피아노 연습을 강요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가정에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을 던져 넣습니다. 아들 케이타가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이른바 영아 교환(infant switching) 문제입니다. 영아 교환이란 출산 직후 병원 측의 실수나 고의로 아이가 다른 가정에 배정되는 사건을 말하며, 실제로 일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마이니치신문).

이 순간부터 영화는 료타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묻기 시작합니다. 6년을 함께 키운 아이와, 피를 나눈 아이 중 누가 '진짜 내 아이'인가? 저도 보면서 계속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아직 부모가 아닌데도, 이 질문 앞에서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료타가 처음에 취하는 태도는 솔직히 불편합니다. 그는 유전자(gene), 즉 부모로부터 전달되는 생물학적 유전 정보를 근거로 '혈연이 진짜 가족'이라고 믿으며, 두 가정이 아이를 교환하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게다가 상대 가정이 경제적으로 자신보다 낮다고 판단하자, 돈을 앞세워 두 아이를 모두 데려오려는 시도까지 합니다. 이쯤 되면 나쁜 사람 같기도 한데, 감독은 그를 단순한 악인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료타의 이 태도가 사실은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파더 콤플렉스(father complex)라고 부릅니다. 파더 콤플렉스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나 결핍이 성인이 된 이후 자녀나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 반복적으로 투영되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료타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받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케이타를 대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료타가 단순히 나쁜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 노릇을 한 번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료타가 보여주는 핵심 행동 패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족보다 회사 업무를 항상 우선시하며 케이타와 함께하는 시간을 최소화함
  • 아들의 실수에 칭찬 대신 즉각적인 지적과 교정을 반복함
  • 상대 가정의 경제적 수준을 비교하며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함
  • 혈연을 유일한 가족의 기준으로 삼아 6년간 쌓은 정서적 유대를 과소평가함

피와 정, 어느 쪽이 더 진짜 가족일까요

이 영화의 맞은편에는 료타와 정반대의 아버지 유다이가 있습니다. 작은 전파상을 운영하는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아이들과 목욕하고 함께 뒹굴고 웃습니다. 이른바 정서적 유대(emotional bond)가 두텁습니다. 정서적 유대란 공유된 경험과 시간이 쌓여 형성되는 심리적 연결감을 의미하며,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서 건강한 발달의 핵심 요소로 강조됩니다. 애착 이론이란 영국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가 정립한 이론으로, 영아기 주 양육자와의 안정적인 유대 관계가 이후 정서 발달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입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유다이를 단순히 '따뜻한 아버지'로만 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가정도 아이 교환 이후 혼란을 겪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균열이 생깁니다. 어느 쪽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게 이 영화를 더 현실적으로 만드는 이유라고 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미장센(mise-en-scène) 연출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앵글, 조명, 배우의 동선, 소품 배치 등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구성하는 연출 방식을 말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대사 없이 료타가 케이타가 찍은 사진들을 바라보는 장면 하나로, 그동안 그가 놓쳤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생각보다 많이 먹먹해졌습니다.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종종 비교되는데, 두 사람 모두 사회의 균열을 가족이라는 단위를 통해 포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만 봉준호 감독이 계급 구조와 사회적 모순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 내부의 심리와 관계에 더 오래 머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한국에서 제한 상영임에도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 숫자가 이 영화가 건드리는 감각이 얼마나 보편적인지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부모인 분들에게 더 강하게 꽂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 아이 키우는 분들에게 권했더니, 며칠 동안 아이를 더 자주 안아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부모가 아니지만, 그 감정이 어느 정도는 느껴졌습니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관계를 만든다는 것, 어쩌면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기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이 영화는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료타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도, 어느 선택이 옳은지는 끝내 관객에게 맡깁니다. 보고 나서 가족에게 연락하고 싶어진다면, 아마 이 영화가 제대로 닿은 것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다른 작품인 '아무도 모른다'나 '어느 가족'도 연결해서 보시면, 감독이 반복적으로 묻고 있는 질문이 더 선명하게 보일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OZXwhsAd-g&list=PLepl0QPQvYWQ25BzVFkR0qNCDppFO7q1m&index=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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